불광천 벚꽃구경

나만 알고 싶은 응암역에서 새절역까지 이어진 긴 벚꽃길 포인트

불광천 벚꽃구경

은평구가 서울안에서는 변두리 취급 받는 곳이라 딱히 뭐가 없습니다.

단, 벚꽃피는 시기에는 불광천이 꽤 핫합니다.

오늘 아니면 벚꽃 출사는 물건너갈 것 같아서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섭니다.

동네라서 슬슬 걸어서 정오쯤 되어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여의도나 여타 다른 벚꽃 명소처럼 사람 줄에 끼어서 흘러 갈 정도가 아니라 그냥 딱 적당히 휴일에 산책 나온 사람이 좀 많네 싶을 정도로만 있습니다.

그에 반해서 벚꽃 풍경 퀄리티는 상당합니다.

벚꽃도 왕벚꽃이나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벚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팝콘이 절정이라기 보다는 준절정인 상태여서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떨어지거나하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눈이 안즐거웠다는 것은 아닙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동네사람들 로컬 벚꽃 맛집이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타지에서 차려입고 왔구나 싶은 분들이 많더군요.

차려 입은 이유는 뭐 역시나 인스타 촬영아닐까요;;

하나 재미있던건 작년까지만 해도 남자분들이 여자분들 찍어주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여자분들이 남자분들 찍어주는 모습을 굉장히 많이 보았습니다.

MZ한 남자분들도 인스타 많이 하나봅니다.

저는 하다가 정신건강상 방치상태입니다.

불광천 다리가 모두 포토 스팟입니다.

이정도면 솔직히 벚꽃본다고 차타고 지방가고 하는건 오버입니다.

은평구 주민들에 한해서는요.

아마 내일이나 모레정도 되면 사쿠라 드롭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쿠라 드롭은 또 밤에 봐야 제대로 입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퇴근할 때 새절역쪽에 내려서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살살 걸어와 볼까 생각 중 입니다.

구경 인파가 확실히 다른데 보다 적어서 풍경 가성비가 상당합니다.

다만 불광천에 물이 말라있어서 풍경의 10%정도가 아쉬웠습니다.

물까지 꽉차있었다면 정말 100%였겠지만 물이 차있는 상태라면 벚꽃이 비에 맞아 다 떨어진 상태였을 수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에 이건 뭐 이거대로 괜찮은건가 싶기도 합니다.

벚꽃길이 짧지 않습니다.

거의 지하철 2정거장 정도는 불광천과 도로에 벚꽃이 가득합니다.

경치를 좋아 그런지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다만 90D + ef-s 18-135mm usm 셋팅으로 된 카메라는 좀 힘드네요;;

미러리스 기변병이 가끔 오지만 LCD 뷰파인더 때문에 눈이 충혈될일도 없고 배터리 걱정도 없고 비싼 렌즈 때문에 속앓이를 할 걱정도 없어서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벚꽃이 작년 보다 훨씬 늦게 피어서 축제들이 다 엉망이 되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체감상 그렇게 늦어진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남쪽은 타격이 꽤 컸나봅니다.

특히 군항제 같이 큰 축제 같은 경우는 축제 상인들이 때를 잘못 맞춰서 낭패였다나봅니다.

불광천 벚꽃 성수기에는 딱히 축제 상인들이 없습니다.

작년까지는 아예 없었는데 올해는 솜사탕과 꼬치 정도는 파는 것 같았습니다.

축제 상인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오히려 좋습니다.

몇몇 가게는 운 좋게 가게 앞에 딱 벚꽃이 있어서 강제 낭만 모드로 장사를 하는 곳이 몇몇 보였습니다.

재주도 새내기촌은 벚꽃 앞에서 가게 문 다 열어 놓고 장사 중이라 진짜 한잔하러 들어갈 뻔 했습니다.

효면옥은 어떻게 딱 문 앞에 벚꽃 2그루가 서있는데 풍류있는 식당 같아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60 넘으신 분들은 냉면을 반값에 제공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뒤로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질까 봐 걱정했는데 되려 반대쪽 인도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 듯 했습니다.

다들 나온 김에 지나가는 느낌이지 제대로 구경하려고 온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제발 구경 인구가 매년 이 정도였으면 좋겠습니다.

가도 가도 벚꽃길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길게 있으면 어딘가는 벚꽃을 안주 삼아 자리 깔고 술한잔 하는 분들이 몇명이라도 있을법도 한데 그런 모습은 다행히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머니 몇몇이 나무 아래쪽에 돋자리를 펴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 정도만 보이는데 예전에 비하면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구나 싶습니다.

인터넷 어느 밈에서 말하듯 강한자만이 살아남았던 옛날 같았으면 아마 여기는 술판에 무법지대가 되었을 겁니다.

약 1시간 정도 걷고 촬영을 했던 것 같은데 벚꽃길이 아직도 끝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봄 한정 은평구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벚꽆잎이 떨어지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다들 선을 휘둘러서 잡으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어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벚꽃잎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시던데 그건 어디서 구전되는 이야기인가요.....

응암역 부터 시작해서 새절역을 지나 증산역 부근까지도 꽃길이 계속됩니다.

매년 와보는데 매년 새롭게 놀랍습니다.

구청 직원들이 매년 조금씩 연장해서 심나 하는 의심마저 해 봅니다.

일본 설화에서는 벚꽃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있다라는 민담같은게 있나 봅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커서 색이 이쁘다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때문에 그런 끔찍한 민담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잘 만드는 나라에서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까지 만들어 내는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있습니다.

아침에는 날씨가 약간 어둠침침했던 것 같은데 하늘이 점점 더 맑아옵니다.

겉옷으로 입고 나갔던 바람막이 잠바를 벗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는데 확실히 봄이 왔구나 싶습니다.

하늘이 맑아지고 파란색이 강해지니 벚꽃 촬영이 더 즐거워집니다.

벚꽃 봉오리가 뒤로 갈수록 더 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일조량에 따라 벚꽃잎 상태가 다른 듯 했는데 같은 은평구여도 녹번역쪽이나 불광역쪽은 불광천 만큼 벚꽃이 피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한강쪽으로 갈 수록 일조량이 많아서 더 풍성하게 피어났나 싶습니다.

증산역 부근 정도에서 촬영을 마치고 살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휴일 밖에는 벚꽃 촬영을 할 수 없는 직장인 입장에서 날씨도 좋고 벚꽃도 딱 알맞게 피어서 흡족한 출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작년까지만 해도 큰 카메라 들고 촬영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올해는 아예 보이지가 않더군요.

다들 폰카로 갈아타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