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덕숭산

수덕사의 대웅전 주변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산속에 있는 나머지 사찰까지 보고 알게 된 것인데 수덕사는 다른 대형 사찰들과 같은 테마파크형 사찰은 아닌 것 같고 수행을 위한 사찰인 듯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라고 생각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사찰 뒷쪽으로 길이 보였습니다.
같이 온 지인과 살살 올라가보기로 했는데 이때 뭔가 생각을 잘 못 했습니다.
하나는 다른 대형 사찰들 처럼 쉽게 올라 갈 수 있는 산책로 같은 등산로일 줄 알고 올라갔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등산로가 2개 있는데 하필 그 중 힘든 1,080 계단 코스를 선택했다는 것 입니다.
간만에 허벅지 펌핑이 엄청되어 운동이 필요한 몸에 과제를 하나 해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찰들 마다 이렇게 돌을 가지고 탑을 쌓은게 많이 보이는데 저렇게 쌓아놔도 눈비 태풍이 오면 안쓰러지나 싶습니다.
의외로 안쓰러지나??

올라가는 중간에 뜬금없이 불상이 나타납니다.
주변이 깨져있는데 저게 데코인지 자연 풍화된 것 인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생각보다 좀 큽니다.

중간중간 사람가는 길이라는 표시인지 산악회나 유튜버들이 만든 띠들이 나무에 걸려 있었습니다.
색만 보면 무속에 관련된 뭐 같기도 하고.....

산중턱까지 가니 또 신기한게 나옵니다.
겁나 큰 불상인데 내려와서 설명을 보니 만공이라는 분인가 하는 스님이 혼자 만들었다나 하는 설화가 있나 봅니다.
이 정도면 스님으로소 수행을 할게 아니라 조각가를 하셨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재능과 하고 싶은 일은 다른 것이긴 합니다만 저걸 혼자 만들었을 정도의 실력과 정신력이었다면 그걸 고민할 필요는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 옆에는 약수터와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대나무 숲이 제가 어렸을 때는 남쪽 끝에 쯤에나 있는 나무였는데 요즘에는 경기도권 근처에서도 간간히 보일 정도입니다.
이러다간 십수년 뒤에는 서울에서도 바나나열매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날씨도 시대도 확확 바뀌는 걸 모두 두눈으로 보면서 살아온 제 인생이 세삼 신기합니다.

요즘 오염수가 많아서 경고문 붙어 있는 약수터도 많은데 여긴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게 산 중턱이라 해도 상당히 높기도하고 올라오기가 험해서 사람손을 타기 힘든 위치라 오염이 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공양 밥그릇인지 향초를 놓는 것인지 모를 것이 약수터 위에 있습니다.

그 옆에는 암자가 하나 있는데 스님들이 수행을 하는 곳인지 접근 금지에 조용하라고 써 있습니다.
혼자 저런데 갇혀 있으면 뭘해도 저 같으면 잠만 올 것 같은데 무슨 수행을 하는 곳일까요?
금식 수행 같은거면 저도 좀 필요하긴 한데.....
일단 여기서 주저 앉을 뻔 했는데 정상까지 1.2km라는 표지판을 보고 올라온김에 더 가보기로 합니다.

저 위에 불상을 혼자 만드셨다는 만공이라는 분을 기리는 탑이라는 것 같은데 어떻게 깍은 것인지 모를 완벽한 구 모양의 돌이 엊혀져 있습니다.

아침에 어둡게 끼어 있던 먹구름들은 어느샌가 모두 사라지고 맑은 하늘이 나타납니다.
다만 이날은 미세먼지 농도가 꽤 높아서 시계까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정상까지 1km정도 남은 곳이었던 곳 같은데 저 멀리 차를 세워놓은 주차장과 밥을 먹었던 곳 약선공양관 건물이 보입니다.
길이 빙빙 돌지 않고 거의 직선으로 정상까지 계단이 이어져 있어서 힘들긴한데 진도는 꽤 빠르게 정상으로 접근 할 수 있습니다.

정상에 가까워질 때 쯤 또 뭔가 나타납니다.
여기는 규모가 꽤 있는데 수행중이라는 팻말이 앞에 있고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팻말 모양으로 봐서는 묵언 수행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옆에는 자연이 만들었다기에는 이질감이 큰 바위 터널이 있습니다.
여기 기념사진 찍기 딱 좋은 핫스팟입니다.
저 넘어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긴 한데 너무 힘들어서 사진만 찍고 곧바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중간 중간 이런 돌다리들이 많은데 여름에 비가 와서 물이 흐르고 수풀이 자라있을 때 오면 꽤 상쾌할 것 같습니다.
산 정상부터 내려가는 물길이 꽤 많이 보입니다.

헉헉대면서 꾸역꾸역 올라가다 보니 덕숭산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일단 올라가서 한 20여분간은 저와 제 제인밖에는 없었고 그 이후에도 하산할 때 까지 어르신 한분 밖에는 못 보았습니다.
그 어르신이 저희가 올라온 코스를 들으시고는 설렁설렁 올라올곳이 아닌데 어떻게 올라왔냐고 하십니다.

해발 496.2미터 라고 합니다.
등산을 즐기시는 분들은 별로 안높게 보실지 몰라도 이걸 지상에서부터 1,080 계단을 밟고 올라왔다고 하면 생각이 좀 달라지실 겁니다.

옆에 어르신 말씀을 들어보니 뒤에 보이는 저 큰산은 가야산이라고 합니다.
저쪽 산세도 꽤 이국적입니다.
항상 동해가는 길에 강원도의 울퉁불퉁한 산들만 보다가 둥글 둥글하게 큰 산을 보니 뭔가 좀 새로운 느낌입니다.

땀좀 식히고 내려가는데 길의 각도가 이렇게 가파른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참고해야 할 것이 각도가 가파린데 올라오는 계단들 옆에 안전을 위한 펜스라던지 하는게 전혀 없습니다.
발 좀 헛디디면 그대로 굴러 떨어지는 곳이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Fujifilm X-T50으로 모두 촬영을 하였는데 이 회사 제품들이 복잡하게 보이는 풍경을 찍을 때 이미지쪽 처리가 어설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시험삼아 나뭇가지들이 많은 풍경을 배경으로 찍었는데 반은 맞는것 같고 반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jpg로만 찍을 때는 컨트라스트가 좀 쎄게 들어가면서 의도치 않게 몇몇 이미지는 디테일이 좀 이상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은데 raw로 찍어서 익스포팅을 하면 이러한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는 듯 했습니다.
다만 Fujifilm 기종들의 raw 컨버팅 종특이 해당 기종을 USB로 이어서 인식을 시켜야 해당 카메라의 엔진을 이용하여 컨버팅이 되는 방식이라 이미지가 많을 시 여간 번거로운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라이트룸 같은 컨버팅 프로그램에서 이미지를 익스포팅하면 Fujifilm특유의 색감은 다 날려서 별로 선호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이래저래 개성도 강하지만 종특도 유별난 회사의 기종이라 적응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