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할머니 냉면

너무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은 누군가 같이 먹으러 가자고도 하지 못하고 혼자 조용히 먹으러 가야 합니다.

청량리 할머니 냉면이 바로 그런 호불호 맛집입니다.

냉면 중에서도 좀 드문 장르인데 매운 냉면만 팔기 때문입니다.

위치는 청량리역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여기를 안지는 거의 10년이 넘은거 같은데 골목에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게 없을만큼 레토르 합니다.

요즘 MZ들에게는 갬성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면 알아서 셋팅을 해주십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냉면 하나만 파는 곳이기 때문에 셋팅이 달라질게 없기 때문입니다.

호불호 식당인데도 메뉴 하나로 이렇게 버틴다는 것은 꽤나 굉장한 일입니다.

가격도 곱배기가 9.000원이면 배달 시장냉면보다 월등히 저렴합니다.

기본 셋팅은 차가운 육수인데 냉면 다시다의 농도가 아주 기가 막히게 조절되어 있어 계속 홀짝거리게 됩니다.

어차피 고기육수가 아니라서 조미료로만 만든 육수일건데 뒷맛이 텁텁하지 않은게 신기합니다.

이런 육수를 가지고 "육수가 정말 대박이에요~" 같은 말을 하면 안됩니다;;

뜨거운 육수는 셀프인데 이건 꼭 준비해둬야 합니다.

구성은 알찹니다.

오이도 인심좋게 넉넉하게 들어가 있고 곱배기의 경우는 계란도 반개가 아니라 하나가 통짜로 들어갑니다.

저 다데기가 비법 다대기인데 정말 맛있게 맵습니다.

저는 차가운 육수를 자작하게 해서 비빔 스타일로 먹습니다.

너무 맵다 생각된다면 차가운 육수를 다 넣어서 물냉면 스타일로 먹으면 됩니다.

그래서 메뉴에 물냉 비냉 구분이 없습니다.

아까 뜨거운 육수를 꼭 준비해두라고 했는데 먹는 중 너무 매우면 그 뜨거운 육수를 먹어야 합니다.

그럼 거짓말 처럼 혀가 리셋됩니다.
되려 차가운 육수를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신기하게 뜨거운 육수를 먹어야 매운맛이 확 날아가서 혀가 정상이 됩니다.

그리고 또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계란도 처음에 먹으면 안되고 먹는 도중 4등분 정도로 쪼게 먹어야 합니다.

그러면 또 희한하게 매운맛이 싹 중화되면서 계란의 고소함과 느끼함이 더해져서 매운 냉면을 땡기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