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입구 가야밀냉면

연휴 마지막날 차를 한주동안 안쓸 예정이기 때문에 세차를 하러 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다들 저와 같은 생각인지 긴 연휴동안 여행을 많이들 다녀오셔서인지 제가 주로 가던 세차장들은 기본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전에 손세차가 지금처럼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 종종 다니던 송추쪽 세차장을 간만에 방문하여 세차를 하고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간만에 북한산 입구쪽에 밀면을 먹으러 갑니다.

제가 소싯적에 여기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그냥 그런 식당이었습니다.
서울근교 사람들은 냉면을 먹지 밀면은 낯설었던 먹거리였기 때문에 굳이 찾아가 먹던 맛집은 아니었습니다.
근데 뭔가 차가운 면 열풍이 몇번 불고 차가운 면 매니아들이 파고 파고 파다가 여기까지 손길이 미쳤는지 급기야 몇몇 유명 예능 프로에까지 나와서 여름에는 대기 번호표를 뽑아서 먹어야 합니다.
어렸을 때 부터 종종 소소하게 먹던 음식이라 그런지 사실 그 정도의 맛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제와서 인기인지 알 수 가 없습니다.
그런 음식점이 몇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가 사는 옆동네 있던 연돈 돈까스이고 또 하나는 여기입니다.

북한산 입구라 항상 뷰가 좋습니다.
예전에는 이 주차장도 개방이되어 있었고 이정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차단막까지 생겨서 입출차가 상당히 불편해졌습니다.

안오던 사이에 많이 현대화가 되었네요.
요즘 많이 보이던 오더 태블릿으로 주문을 합니다.
당연히 밀면 한 그릇입니다.

병따게 너무 귀엽습니다.
옛날 MSX 게임 중에 아칸베 드라곤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주인공 드라곤 같습니다.

제가 여기서 처음 밀면 먹었을때 5천원인가 6천원인가 했던 것 같은데 만원이라니.....
밥도 아니고 면을 만원주고 먹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역대 최고의 물가 상승폭을 경험한 세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 유명하지 않을 때도 몇몇 연예인 사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이 무슨일이 있었는지 상당히 많은 수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인테리어도 상당히 많이 변했네요.
꽤 모던하게 바뀌었는데 자녀분이 물려 받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주문한 밀면이 나왔습니다.
처음 이집에서 밀면을 먹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안좋은 쪽으로요.....
뭔가 냉면 육수에 쫄면이 들어간 맛이라고 생각하고 한입 먹었는데 한약맛이 나서 깜짝 놀랐고 생각보다 양념장이 너무 텁텁해서 두번째 놀랐었습니다.
이걸 비빔으로 주문하면 그냥 쫄면 아닌가 싶어 궁금하지도 않았습니다.
맛의 컨셉을 도저히 모르겠어서 혼란 스러웠고 이게 원조의 맛은 아닐거다하고 부산을 내려가서 원조의 맛을 먹어 봤는데 여기가 밀면은 꽤 잘하는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었습니다.

꽤 오래 안왔었는데 그 사이 그릇은 좀 고급스러워 지고 양은 좀 줄었네요.
예전에 인테리어 바뀌기 전에는 식욕이 왕성했던 시절임에도 육수까지 다 먹는게 버거웠는데 현재는 배가 꽤 줄었음에도 가뿐하게 먹을 정도입니다.
면은 쫄깃하고 육수는 약간의 한약향이 나면서 진한 양념장의 맛이 느껴집니다.
별도의 식초나 겨자 간을 안해도 충분히 먹을 만한 간이 되어 나오니 꼭 육수를 한 모금 마셔보고 간을 해야 합니다.

양도 줄었는데 남길게 뭐 있겠습니까?
그릇을 모두 비우는데 몇분 걸리지 않았습니다.
서울 근교에 몇 없는 (제가 아는 한 유일한) 밀면 맛집이고 본토 부산에서 파는 밀면의 맛을 상당히 충실하게 재현을 하고 있어서 갈만한 맛집이지만 한 여름에 줄서서 먹을 정도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겨울에만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